"넌 왜 이렇게 논리만 따지는 거야? 감정은 없어 ?"

 

오늘 들은 말이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그런가?

스스로 그 말이 맞는지 혹은 틀린지 혹은 내가 못 본 다른 면이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시간이 지나 집으로 와서 천천히 생각해봤다.

내 태도가 너무 딱딱했나?

내 말투가 너무 사무적이었나?

내 어법이 너무 메말랐나?

 

무엇이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이 글을 쓰는 순간에 드는 생각은

사람에게는 이성과 감정이 있는데

내가 감정을 잃어버려서,

기분이나 마음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잃어버려서,

남은게 이성 뿐이라 그런것 같다.

 

이성적인 사람이 사리 분별이나 냉철한 판단, 현실적인 인식에 좋다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감정이 동반되지 못한 것이라

그런 기능은 없고

 

그냥 메마른 말투, 건조한 태도, 딱딱한 어법만이 있는데

그걸 상대가 좋게 표현해서 이성을 중시한다고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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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다시 갇히고 말았다.
콘크리트 벽으로 감싸진 조그만 방에 다시 끔 갇혀버리고 말았다.
씻고 옷을 입었지만, 갈 곳을 잃었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잃은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한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다.
몸 뉘일 곳이던 작은 방은 갑작스레 독방으로 변해버렸고, 나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해야 할 것들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나는 선택을 하지 못했고, 설사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를 갖지 못했다.
지도는 있는데 지도를 읽지를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지도에 목적지가 없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목적지는 내가 찾아야 한다는데, 나는 가고 싶은 곳이 없다.
다만 이미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누군가가 부럽기만 하고, 목적지를 찾는 방법 조차 모르는
스스로가 사무쳐 올 뿐이다.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는 단 하루만 차이가 날 뿐인데

성격이 매우 다르다. 그 간극은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 만큼이나 된다.

 

어제는 분명히 작은 소음도 거슬려서 귀를 막고 이불을 덮어쓰고 가만히 있었는데

오늘의 나는 음악이 너무나도 좋아서 출력을 가득 높힌 이어폰을 끼고 락을 듣는다.

 

어제는 밥 먹기도 귀찮고 배고파도 괜찮아 라는 느낌에 물을 마시는 것도 고된 일이었는데

오늘의 나는 식욕이 충만하고,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하다.

 

어제의 나는 무료한 일상도 괜찮아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괜찮은 할일 없는 한량 마음이었는데

오늘의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하려고 하는 의욕가득한 사람이다.

 

어제의 나는 길 고양이가 내는 소리가 너무나도 싫어서 이 세상 고양이가 다 사라졌으면 했는데

오늘의 나는 옆집 강아지가 따라오는게 너무나도 귀여워서 간식을 줄 뻔했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단 하루가 차이가 날 뿐인데

이렇게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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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끊기로 했다.

 

어릴적 괴로움으로 시작한 담배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일어나 한 개비

일마치고 한 개비

밥 먹고 한 개비

그냥 심심해서 한개비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담배지출 만큼이나 

내 우울증은 늘어만 갈 뿐이다.

그래서 끊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

담배가 없으면 우울증에서 더 견딜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그렇게 믿었다.

하루가 우울할 것만 같았고, 작은 스트레스 조차 해소하지 못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정말 무심코 그게 아니란걸 오늘 알게 되었다.

오늘 본 내 모습은, 담배에 찌들어 늙고 병들어가는 바보였다.

 

담배를 피고 난 뒤에 온 몸을 감싸는 듯한 담배 기운(?)이랄까... 

담배 냄새 랄까... 스스로만 느끼는, 아마도 다른 흡연자들도 공감하기 힘든,

어떤 담배 기운이 몸을 완전히 휘감아 버리는데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아둥바둥 대는 스스로가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담배 한 개피 피고 빨래하고 해서 옷이 헤지고, 몸과 마음이 두배로 지치는 

그런 일을 그만 하고 싶다.

 

그래서 담배를 끊기로 했다.

부디 이 결정이 우울증을 조금이나마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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