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다시 갇히고 말았다.
콘크리트 벽으로 감싸진 조그만 방에 다시 끔 갇혀버리고 말았다.
씻고 옷을 입었지만, 갈 곳을 잃었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잃은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한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다.
몸 뉘일 곳이던 작은 방은 갑작스레 독방으로 변해버렸고, 나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해야 할 것들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나는 선택을 하지 못했고, 설사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를 갖지 못했다.
지도는 있는데 지도를 읽지를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지도에 목적지가 없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목적지는 내가 찾아야 한다는데, 나는 가고 싶은 곳이 없다.
다만 이미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누군가가 부럽기만 하고, 목적지를 찾는 방법 조차 모르는
스스로가 사무쳐 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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