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기로 했다.

 

어릴적 괴로움으로 시작한 담배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일어나 한 개비

일마치고 한 개비

밥 먹고 한 개비

그냥 심심해서 한개비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담배지출 만큼이나 

내 우울증은 늘어만 갈 뿐이다.

그래서 끊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

담배가 없으면 우울증에서 더 견딜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그렇게 믿었다.

하루가 우울할 것만 같았고, 작은 스트레스 조차 해소하지 못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정말 무심코 그게 아니란걸 오늘 알게 되었다.

오늘 본 내 모습은, 담배에 찌들어 늙고 병들어가는 바보였다.

 

담배를 피고 난 뒤에 온 몸을 감싸는 듯한 담배 기운(?)이랄까... 

담배 냄새 랄까... 스스로만 느끼는, 아마도 다른 흡연자들도 공감하기 힘든,

어떤 담배 기운이 몸을 완전히 휘감아 버리는데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아둥바둥 대는 스스로가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담배 한 개피 피고 빨래하고 해서 옷이 헤지고, 몸과 마음이 두배로 지치는 

그런 일을 그만 하고 싶다.

 

그래서 담배를 끊기로 했다.

부디 이 결정이 우울증을 조금이나마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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